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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귀천

단테나무 2023. 11. 20. 16:50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뇌출혈로 인하여  오랜 시간을  앓으시다가  식사를 거부하셔서 병원으로 모셨는데

결국 폐렴으로 사망선고를 받으셨다

 

내 기억에 아버님은 인테리어하기를 좋아하시고

미식가이시면서

꼼꼼하시고 

자존심 강하시고

남들에게 폐 끼치는 것을 매우 싫어하셨고

말수가 적으시며

단정하신 분이셨다

 

그런 분이 오랜 시간  남들에게

아니  당신 자신에게조차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들을 보이면서 사셔야 하니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까

 

십년이란 시간속에 

어머니는 백발 노인이 되셨고 

허리와 다리가 아프셔서

병자 같으신 모습으로 엉기적 엉기적 걷고 계셨다
그녀도 그동안 얼마나 고되셨을까

 

 

이제 두분다 편해지셨으면 좋겠다

돌아가신 아버님은 하느님 나라에서 편히 계시며 

살아계신 어머님은  몸과 마음 모두 아프시지 마시고  잘 사시다가  

어느 날 하느님의 부름을 받으신 날 

다시 해후하시면 좋겠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귀천

 

   

나이가 든다는것이

참으로  원치않는 날들을 맞이해야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는 날까지 

제 몫을 다해야함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빠처럼

친구의 아버지처럼

삶이 고통스러웠어도 제몫을 다하신것 처럼

언젠가 나도 그럴수 있기를 바래본다.

 

사는 동안 열심히 살다가

눈을 감는 그날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그리고 아빠를 다시 만나게 되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너무나 보고 싶었다고

아빠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고 

아빠랑 팔짱 끼고 걸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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